베풂에는 목적이 없어야 한다.

 

 

목적 없는 베풂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의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에 저도 한껏 동화되어

베풂을 간혹 실천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마음으로 인해 한 바탕 고생을 합니다.

 

제가 베풀면서도 고생하는 건 무언가를 바라는 제 마음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그 바란다는게 어떤 물질적인 댓가는

아니지만 상대가 좋은 마음을 먹었으면 좋겠다라던지 고맙다는 인사라도 한 번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입니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베풂에는 목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요. 베풂은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지

양방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만약 베풂으로써 뭔가를 바란다면 그것은 거짓된 베풂 혹은 거래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뭔가 베풀 때마다 무슨 마음이 자라나는 것들을 나름 심각하게 경계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드는 베풂에 관한

생각들은 자꾸만 커져가는 것이고요.

 

베풂에 어떤 것들을 바라게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예는 상대방에게

무언가 해주었을 때, 나중에 그것이 근거가 되어 상대방에게 요구하고 상대가 들어주지 않았을 때는 일방적으로

실망한다는 부분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를 해보면, 만약 자신이 상대방에게 목적 없이 일을 도와줬다고 칩시다. 그럼 자신은 아무런

댓가 없이 베풀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이대로 도와준 것이 끝이 나고 자신이 잊어버린다면 그것은

보다 숭고한 베풂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도와준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해두었다가,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예전의 베풂을 근거로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구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자신을 도와줬다면 자신은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겠지만,

상대가 거절하게 된다면 나는 도와줬는데하며 상대에게 실망을 할 수 있습니다.

 

허나 분명 나중에 도움을 바라는 것이나 어떤 댓가를 바라는 것은 진정하게 도와준 것도 아니며 베푼 것은 더더욱

아니게 됩니다. 이는 어쩌면 거래에 가까운 것이 되고 자신의 마음도 베푼다는 비세속적인 마음이 아니라

거래라는 세속적인 마음이 되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리적인 바람 뿐만 아니라 베풂으로써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요구하는 것도 거래나 다름 없습니다.

어쩌면 자신은 자신의 노동이나 금전을 베풂으로써 값싼 존경심, 값싼 자존감을 사려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상대가 베풂에 대해 고마워하면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바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러니 베풂에는 아무 목적이 없어야 합니다. 목적이라는 것은 다른게 아니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바란다는 마음의 이면에는 항상 실망이라는 부정적 감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간은 무언갈 바랄 때

자신이 바라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망이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니 바라는 마음이 없어야 합니다. 원래 계산에 밝은 사람에게는 마음이 잘 가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계산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관계에 있어서도 언젠간 저버릴 확률이 높습니다.

 

베풂은 무목적성이야만 하고, 베풂 그 자체만으로 숭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베풀 때마다 스스로에게

자신은 거래를 하는 것인지, 위선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