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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생각

철학은 빨간약을 먹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는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부터 맞서 싸우는 인간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몸을 뒤로 젖히며 총알을 피하는 장면을 꼽겠지만,

저는 남자 주인공이 빨간약과 파란약을 두고 고민하다가 빨간약을 먹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선택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이 파란약을 먹었다면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느 것이 진짜 현실인지도

구분하지 못한채 컴퓨터가 만든 모습이 현실이라 생각하며 안주하여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빨간약을

먹는다면 안정적인 현실이 아닌 피폐하고 결코 안정적이지 않은 어쩌면 고통이 파생되는 삶을 살아가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네오는 빨간약을 먹게되고, 가상 현실 속에 인간을 가두어버린 인공지능 컴퓨터에

대항해 싸우게 됩니다. 여기서 뒤통수에는 생긴 구멍은 진짜 현실의 고통을 아주 소박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이 되고요.

 

 

이런 지점에서 제가 생각해봤을 때 철학 공부는 네오가 먹었던 빨간약을 먹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닌가 합니다.

철학은 한 명제에 대해 끝을 보는 학문이고,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논리와 사고의 밑바닥을 보여주게 하는 학문입니다.

당연히 인간, 삶, 세계, 현상등 모든 것에 대해 깊이 파헤치다보면 그 민낯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 민낯은

네오가 빨간약을 먹었을 때 봤었던 현실에 가까운 것이죠.

 

영화 <매트릭스>에서 컴퓨터가 세계를 일일이 통재하고 자신들의 프로그램 안에 사람들을 끼워맞췄던 것 처럼

세계 또한 소수의 논리와 프로그램에 수 많은 사람들이 끼워맞춰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현실'이라는 말로 삶의 밑바닥에 있는 많은 진실들을 외면하며 파란약을 먹은 것 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민낯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가끔 민낯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민낯을 봤을 땐 스스로가 파란약을 먹기로 선택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대부분이 안정된 삶을 포기할 수 없어 진실을 외면한채 항상 파란약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며,

대개는 이렇게 파란약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의 핑계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라는 핑계를 댑니다.

 

 

만약 네오가 파란약을 먹었다고 해도 그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며 진짜 현실을

포기한 것도 스스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죽을 날이 가까이 와서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신으로써의

삶을 살았는지는 결코 대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계를 이해했다고 말하기도 어렵고요.

 

아무튼 현실에는 빨간약과 파란약이 없어 진짜 현실을 보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진짜 현실이란 것도

지금의 삶이 매트릭스처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입되어 있던 편견과 고정관념들을 없애고 보는 것이며,

자신의 삶과 자아등을 더욱 강하게 이해하는 것이라 볼 수 있고요.

 

이런 지점에서 빨간약이 될 수 있는 것은 철학이며, 만약 철학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흉내를 내는

경험이 아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쌓아간다면 그것 또한 생철학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철학을 가까이한다면, 비록 삶과 세계의 민낯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외면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세계에 살았는지 최소 이해는 하고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이런 인지 속에서 새로운 실천적 전망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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