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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일상

미용실이 가져다준 고통.


현충일이란 경건한 휴일을 맞이해 미용실을 다녀왔습니다. 펌을 한지는 2달이 지났고 컷트한지는 1달이 지나서,
이제쯤 머리 할 때가 됐겠구나 하며 미용실에를 다녀왔었지요.

미용실은 매번 가는 동네 미용실에 갔습니다. 누구보다 제 머리를 가장 잘 알고 미용장 자격을 획득한
30대 중반의 미용사분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별다른 부담없이 펌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머니는 두둑하게 갔습니다. 날씨도 좋아 왠지 웨이브도 잘 먹을 것 같은 기분이였거든요.

어느새 미용실 앞에 도착하고 미용실을 들어서는 순간 그 미용장 자격을 따신 원장님은 보이질 않고,
그간 옆에서 보조와 커트를 도왔던 보조 미용사분이 중간에 앉아계시더라고요.. 전 뭐, 잠깐 앞에 나가있거나
안쪽 방에 들어 계셔서 곧 나올 줄 알고 자리를 앉았더니, 그 보조 미용사분이 커트하는 치마를 목에 두르면서
머리 어떻게 자를거냐고 물으시는 겁니다. 그래서 전 웨이브 하러 왔다고 하니, 알겠다며 분주하게 준비를 하네요..?

그래서 전 원장님 어디가셨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늦으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분이 펌을 하시는 것 같길래
이거 갑자기 나가기도 그렇고 기다리겠다 하기도 그렇고, 또 스승이 뛰어나니 제자도 실력있겠거니 하며,
제법 소중한 제 머리카락을 그 분에게 맡겼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평균만 가자는 생각일 뿐이였고, 사실 손놀림이 그렇게 고수같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분이 실수하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였지요. 실수 없이 실력대로 한다면, 그 결과는 뻔했기 때문이죠.
계속된 명상과 실수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2시간에 걸친 파마가 끝나고,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리며
그 결과를 대면하는 순간 저에게는 심장을 찌를듯 하고 2시간 전에 박차고 나가지 못했던 후회와 고통들이
물 밀듯이 밀려 들어오면서, 그 분도 제 머리를 보고 상당히 당황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고 있던 찰나 원장님이 오셨고, 원장님도 제 머리를 보시고는 상당히 당황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제 빨리 가위를 들고 별에 별 이야기를 다 하시면서 제 머리를 잘라나갔고,
저는 수습되기를 바라는 마음 밖에는 가질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엔 많은 양을 커트했고,
파마는 했는지 안했는지 짧아진 머리에 정말 고통스럽더군요.

그래도 이미 지나간 일 고통스러워하면 뭐하겠어요..? 마음을 추스리고 웃어야죠.
그리고 하루를 씩씩하게 살아나가야죠. 머리가 준 고통에 하루를 모조리 뺏길 수 없으니 다시 마음을 잡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결제할 때 다시 한번 고통이 엄습해왔습니다. 머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파마 비용 5만원을 요구하는데
정말 돈이 아까워 죽을 것 같더라고요..

후하.. 뭐 인과법칙을 제 삶에 중요한 기준으로 살아가는 저로썬
제가 선택한 일이고, 저에게 원인이 있기 때문에 빨리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그러나 미용실에서 간만에 격렬한 고통을
느껴보았네요.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검증되지 않는 미용사에게는 머리카락을 맡기는 일을 최대한 피해야겠습니다.